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2022년 작품 『어느 멋진 아침』은 삶의 여러 층위에서 느껴지는 상실, 재회, 사랑, 책임을 섬세하게 담아낸 드라마 영화로, 제작배경, 의상, 핵심 상징을 소개하겠습니다.
제작배경: 감독의 자전성과 프랑스 사회의 노년 문제
『어느 멋진 아침』의 제작배경은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의 개인적인 경험과 사회적 현실의 교차점에서 시작된다. 그녀는 본 영화의 주인공 산드라를 통해, 실제로 아버지를 간병했던 자신의 삶을 투영했다. 이 영화는 프랑스 중산층 여성의 일상 속에 자리한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포착하고자 한 작품이며, 그렇기에 영화의 배경은 대단한 사건보다는 사소해 보이지만 무게감 있는 현실로 채워져 있다. 산드라는 미망인이자, 한 아이의 엄마이며, 언어장애가 점차 심해지는 아버지를 돌보는 딸이기도 하다. 그녀는 외로움 속에서 옛 연인과 다시 사랑을 시작하지만, 그 관계조차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제작 과정에서 감독은 일상의 리얼리즘을 가장 중요하게 여겼으며, 이에 따라 촬영도 파리 시내를 중심으로 실제 공간에서 이루어졌고, 조명이나 색보정 역시 최소화하여 다큐멘터리적인 질감을 살렸다. 프로덕션 단계에서도 감독은 배우들과 수차례 대화를 통해 인물의 정서를 구체화했고, 이는 배우들이 감정 과잉 없이 자연스럽게 인물의 상황을 체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영화의 또 다른 중요한 제작 의도는 프랑스 사회에서 노년기 환자, 특히 치매와 언어장애를 겪는 사람들에 대한 의료 시스템의 한계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산드라의 아버지는 한때 철학 교수였지만, 지금은 자신의 말도 잊어가는 중이다. 그가 입소하는 요양원은 무미건조하고, 복지체계는 형식적인 대응에 그치는 장면들을 통해 감독은 사회적 간극을 조명한다. 제작배경은 이러한 개인적 경험과 사회적 의제를 시네마 언어로 통합하고자 한 의도에서 출발하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삶의 복잡성과 모순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만든다. 미아 한센 러브는 인터뷰에서 “이 영화는 슬픔 속에서도 삶은 계속되고, 그 안에서 아름다움과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의 기록”이라 밝혔으며, 이 제작 의도는 영화 전반에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이처럼 『어느 멋진 아침』은 감독의 자전성과 사회적 관심이 결합된 작품으로, 프랑스 현대 가족의 구조와 돌봄의 현실을 정교하게 반영하며, 일상의 복잡한 층위를 섬세하게 구성한 영화다.
의상: 감정과 정체성을 반영하는 미니멀리즘
『어느 멋진 아침』에서 의상은 인물의 성격과 정서를 설명하는 데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다. 주인공 산드라의 옷차림은 전형적인 유럽 중산층 여성의 스타일을 따르면서도, 그녀의 내면을 반영하는 중요한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 전체적으로 미니멀하고 실용적인 의상이 많으며, 화려한 색감보다는 톤다운된 파스텔 계열, 베이지, 네이비, 올리브 톤의 의상이 자주 등장한다. 이는 산드라의 삶이 화려하거나 극단적이지 않으며, 일상과 책임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려는 태도를 나타낸다. 영화의 초반부에서 산드라는 트렌치코트, 니트, 슬랙스 등 기능성과 편안함을 중시한 의상을 입고 있으며, 이는 그녀가 모성, 직장, 간병이라는 다중 역할을 수행하는 인물임을 시각적으로 암시한다. 이러한 실용적 의상은 감정을 드러내기보다 내면을 억제하는 방식으로 작용하고, 그녀의 침착한 외면 속에 억눌린 감정을 암시적으로 전달한다. 화려함이나 장식이 거의 없는 산드라의 옷차림은 그녀가 짊어지고 있는 현실의 무게와 맞닿아있으며 관객이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면서 산드라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자신의 욕망과 감정을 인정하게 되면서 의상에도 미묘한 변화가 나타난다. 예를 들어 연인과의 여행 장면에서는 이전보다 부드러운 소재, 밝은 컬러의 블라우스, 스카프 등이 등장하고, 이는 감정의 개방과 내면의 변화가 외면으로도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아 한센 러브 감독은 의상 디자인에서도 극적인 대비보다는 일상적 변화의 리듬을 중요하게 생각했으며, 이는 산드라의 의상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또한 산드라의 아버지는 지식인이었지만 이제는 옷을 제대로 고르지 못하는 인물로, 그의 의상은 과거의 흔적과 현재의 불안정성이 혼재된 채 등장한다. 옷이 어울리지 않거나 단추가 풀린 채 등장하는 모습은 치매라는 병의 증상뿐 아니라 인간의 존엄성이 어떻게 유지되거나 무너질 수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도구로 사용된다. 반면 산드라의 어머니는 단정하고 세련된 옷차림을 유지하며, 자신을 잃지 않으려는 중년 여성의 강인한 태도를 보여준다. 이처럼 『어느 멋진 아침』의 의상은 단순한 스타일링을 넘어 감정의 상태, 사회적 정체성, 관계의 변화 등을 섬세하게 시각화하며, 영화의 서사와 정서를 시각적으로 보완하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핵심 상징: 가방, 창문, 언어의 침묵
『어느 멋진 아침』은 명백한 상징물을 반복적으로 제시하지 않으면서도, 장면 속에 배치된 일상 사물과 행위, 공간의 구성 등을 통해 상징적인 층위를 형성한다. 그중 가장 두드러지는 핵심 상징은 ‘가방’이다. 산드라는 영화 내내 다양한 가방을 메고 다니는데, 이는 그녀가 짊어진 역할과 책임, 삶의 짐을 은유적으로 표현한다. 출퇴근 시 메는 직장용 가방, 아이 물건이 들어있는 가방, 아버지의 병원 서류와 약이 담긴 가방은 모두 그녀의 삶을 분절된 상태로 유지하게 만든다. 이 가방은 단순한 소지품이 아니라, 그녀가 세상과 맺는 관계의 무게이자 동시에 독립적인 주체로서 살아가야 할 존재의 짐을 상징한다. 또 다른 상징은 ‘창문’이다. 영화 속 산드라는 종종 창밖을 바라보거나 창문을 여는 장면에 등장한다. 창문은 닫힌 공간과 열린 세상을 연결하는 경계이자, 내부와 외부, 현실과 희망 사이를 상징한다. 아버지의 병실 창문은 닫혀 있고, 그 안에서 그는 점점 세계와 단절되어간다. 반면 산드라는 사랑을 시작하며 다시 창문을 열고, 빛을 마주하고, 바람을 느끼는 장면이 반복되며, 이는 감정의 회복과 삶에 대한 열림을 시각화한다. 마지막으로 언어의 침묵도 중요한 상징 중 하나이다. 산드라의 아버지는 점차 말을 잃어간다. 언어는 그에게 있어 철학자이자 교수로서 존재를 증명하던 수단이었지만, 병이 진행되며 그것을 상실하게 된다. 이 침묵은 단순히 의사소통의 단절이 아니라, 인간 존재 자체가 어떻게 잊히고 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철학적 장치다. 이에 반해 산드라는 점점 더 말이 많아지고, 감정을 표현하며, 침묵의 세계에서 벗어나려 한다. 영화의 제목인 ‘어느 멋진 아침’은 역설적으로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 감정의 재생, 삶의 회복이 존재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이 핵심 상징들은 시각적으로 그리고 서사적으로 이러한 메시지를 강화한다. 미아 한센 러브는 사물을 강조하거나 오브제를 클로즈업하지 않으면서도, 반복과 맥락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 상징성을 부여하며, 이는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적 감정을 조용히 수용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