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프터썬』은 스코틀랜드 출신 감독 샬롯 웰스의 장편 데뷔작으로, 개봉 이후 전 세계 영화 팬과 평론가들의 큰 찬사를 받았다. 이 영화의 시대적 배경, 촬영장소, 흥행을 소개하겠습니다.
시대적 배경: 1990년대 말의 정서와 문화
『애프터썬』의 주요 시간적 배경은 1990년대 말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영화 내에서 직접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지만, 등장인물의 옷차림, 사용하는 캠코더, 휴대전화의 부재, 리조트의 양식, 팝 음악 등 다양한 단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 말은 세계적으로 경제와 문화가 디지털화로 전환되기 전의 과도기적 시기로, 인간관계와 정보 교류가 지금보다 훨씬 제한적이며 물리적이었다. 이러한 시대의 특성은 영화에서 아버지와 딸이 서로를 이해하는 데 겪는 미묘한 거리감에도 투영된다. 주인공 소피는 어린 시절을 보내며 아버지를 한없이 따르고 사랑하지만, 동시에 그가 겪고 있는 내면의 어둠이나 외로움을 정확히 이해하진 못한다. 오늘날이라면 휴대폰이나 메시지, SNS 등을 통해 다시 확인하고 질문할 수 있었던 장면들이, 이 시기엔 모든 것이 현장에서만, 그 순간만 존재하는 것으로 지나간다. 이처럼 영화는 아날로그 시대의 비디오테이프, 종이 노트, 폴라로이드 사진 등을 활용하며, 기억이란 것이 얼마나 불완전하고 주관적인지를 드러낸다. 또한, 영화는 후반부에 들어서며 성인이 된 소피가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데, 이때 시대적 배경은 단순한 시간 설정이 아니라 정서적 풍경으로 기능한다. 1990년대 말이라는 배경은 아버지의 우울함이 사회적으로 이해받기 힘들었던 분위기, 남성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한계가 컸던 문화적 배경과도 연결된다. 즉, 시대가 달랐다면 그의 고통이나 단절이 더 쉽게 발견되고 도와질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이 배경 안에 녹아 있다. 감독은 이 시기를 단지 과거의 무대가 아니라, ‘정서의 유물’로 활용한다. 그 시대의 음악, 패션, 미디어 도구는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현재의 시선으로 과거를 바라볼 때 느끼는 거리감과 공백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며, 결국 이 영화는 시대적 배경이라는 장치를 통해 정서적 추억과 상실, 감정의 기억을 섬세하게 구축하고 있다.
촬영장소: 감정이 스며든 공간과 물성
『애프터썬』의 촬영은 대부분 터키 남서부의 실제 리조트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영화는 터키를 특정하지는 않지만, 현지의 자연 환경, 건축 양식, 여름의 햇살, 그리고 리조트의 분위기를 그대로 담아내어 관객이 마치 주인공과 함께 있는 듯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특히 샬롯 웰스 감독은 이 영화에서 공간을 감정의 한 요소로 활용한다. 리조트의 수영장, 해변, 호텔 방, 거리의 상점들 하나하나가 단순한 배경이 아닌, 기억의 단서이자 정서적 촉매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수영장에서 아버지와 딸이 함께 놀고 웃는 장면은 그 순간만큼은 모든 불안이 잊히는 안식처처럼 묘사되지만, 후반부에 그 장면이 다시 회상될 때는 그것이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복선이 되어 돌아온다. 촬영은 대부분 자연광을 활용해 시간대별 빛의 변화를 정확히 담아내며, 이는 인물의 감정 변화를 자연스럽게 연결짓는 시각적 장치로 기능한다. 이 영화에서 공간은 단순히 ‘장소’라기보다는 ‘감정이 머물렀던 지점’으로서, 그 의미가 회상을 통해 다시 쓰인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촬영기법 자체의 접근이다. 감독은 캠코더 시점, 혹은 인물의 시선에 가까운 프레임 구성을 자주 활용함으로써 관객이 마치 과거의 한 장면을 재경험하는 느낌을 받게 한다. 영화 속 호텔 방은 구조적으로 특별하지 않지만, 소피가 아버지를 지켜보던 작은 공간이자 그가 홀로 슬픔을 품던 폐쇄된 장이기도 하다. 이러한 공간들은 캐릭터의 감정을 구체화하는 동시에, 과거의 기억이 재생되는 장치로 기능한다. 물리적으로는 한 장소일 뿐이지만, 감정의 레이어가 덧씌워지면서 영화 속 촬영 장소는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감정이 떠도는 유령의 공간’처럼 느껴진다. 영화는 이 공간들의 물성을 매우 섬세하게 활용하며, 특히 문을 여닫는 소리, 욕실의 습기, 바람 소리 등 사운드 디테일까지도 공간의 감정적 울림을 극대화하는 데 기여한다. 결국 『애프터썬』의 촬영장소는 단순한 로케이션이 아니라 기억과 감정의 시간적 지층이자 내면 풍경의 물리적 구현이다.
흥행: 비평의 찬사와 관객의 공감
『애프터썬』은 전통적인 상업 영화의 흥행 모델을 따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적으로 깊은 인상을 남기며 장기적인 관객 호응을 이끌어냈다. 영화는 2022년 칸 영화제 비평가 주간을 통해 처음 소개된 이후, 토론토국제영화제, 뉴욕영화제, 런던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영되며 높은 평점을 기록했고, 이후 북미와 유럽에서 독립적으로 개봉하며 점진적인 흥행 성공을 거두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A24가 배급을 맡아 단관 상영에서 시작해 입소문을 통해 상영관을 늘려가는 방식으로 확장되었으며, 평단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이 이어졌다. 로튼토마토에서는 96% 이상의 신선도를 기록했으며, 메타크리틱에서도 90점 이상의 평균 평점을 기록하는 등 비평적인 성과가 압도적이었다. 이 영화의 흥행은 예술영화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으며, 관객 수가 5~6만명을 기록한 것은 예술영화로서는 상당한 성공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수익 면에서 이 영화는 소규모 제작비에 비해 효율적인 수익을 올렸으며, 무엇보다도 장기적인 영향력에서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수상 기록도 인상적이다. 주연 배우 폴 메스칼은 이 작품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고, 영국 아카데미에서는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촬영상 등 주요 부문에서 수상 또는 후보에 오르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흥행이라는 개념이 단순한 숫자적 결과가 아니라, 작품의 생명력과 지속성, 그리고 관객과의 정서적 연결로 확장되는 흐름에서 『애프터썬』은 그 대표적인 예로 손꼽힌다. 특히 젊은 세대 관객들 사이에서는 이 영화가 감정과 기억, 성장에 대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를 통해 다양한 해석과 감상 후기가 공유되며 ‘영화 이후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현대 영화 흥행의 새로운 방식이며, 오래도록 회자되고, 끊임없이 재해석되는 영화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애프터썬』은 소리 높이지 않고도 깊게 울리는 방식으로, 흥행의 새로운 정의를 써 내려간 작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