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크롤리 감독의 2015년 작품 『브루클린』은 콜름 토빈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여 1950년대 아일랜드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젊은 여성의 성장과 정체성, 이주 경험을 다룬 섬세한 드라마다. 이 영화의 사회적 의미, 메시지, 세트디자인을 소개하겠습니다.
사회적 의미: 여성 이민자의 삶과 문화 충돌
『브루클린』은 1950년대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시작하여, 미국 브루클린으로 이주한 여성의 내면과 외부 세계의 충돌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주인공 엘리스는 일자리를 찾아 미국으로 건너간 이민 1세대 여성으로서, 경제적 이유는 물론, 성별과 문화, 계층의 경계를 모두 넘어서야 하는 인물이다. 그녀의 여정은 단지 개인적인 성장 드라마가 아니라, 20세기 중반을 살아간 수많은 이민자들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이 시대의 미국은 기회의 땅으로 비춰졌지만, 동시에 엄격한 계급 질서와 문화적 동화 압력이 존재했다. 엘리스는 미국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말투를 바꾸고, 복장을 달리하며, 식사 예절과 직장 내 커뮤니케이션 방식까지 익혀야 했다. 그녀의 일상은 끊임없는 관찰과 판단 속에 놓여 있으며, 이는 오늘날 이주민들이 겪는 정체성 혼란과 문화 충격의 시초와도 같다. 특히 여성이기 때문에 겪는 이중적 기준, 즉 고국 아일랜드에서 기대되는 순종적인 역할과 미국에서 요구되는 독립성과 효율성은 엘리스의 내면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이러한 이중 문화 사이에서 그녀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과정은, 단순히 개인의 내적 갈등을 넘어서 당시 사회가 여성에게 부과한 구조적 억압과도 맞닿아 있다. 영화는 엘리스의 여정을 통해 이주가 단순히 물리적 이동이 아니라, 감정적·사회적·문화적 전환의 연속임을 섬세하게 보여주며, 이주와 정체성 문제를 다룬 영화 중에서도 가장 조용하지만 강력한 사회적 성찰을 담아낸다. 특히 엘리스가 브루클린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면서도, 고국 아일랜드에 대한 감정적 유대를 완전히 끊지 못하는 장면들은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상징하는 핵심 장치로 작용한다. 『브루클린』은 시대 배경에 기반을 두되, 현대 사회의 다문화적 고민과 이주 문제를 투영해내는 영화로, 사회적 의미의 확장을 이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메시지: 선택의 주체성과 진정한 ‘집’의 의미
『브루클린』이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메시지는 ‘선택의 주체성’과 ‘집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영화는 엘리스라는 한 여성의 감정과 관계, 상황을 통해 인간이 삶에서 마주하는 복잡한 결정의 순간들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엘리스는 처음에는 자신의 의지보다는 주변 상황과 가족의 권유에 의해 미국으로 떠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해 나가는 주체로 변화한다. 미국에서 그녀는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고, 직업을 갖고, 사랑을 경험하며 점점 독립된 존재로 자리 잡는다. 하지만 어머니의 요청으로 아일랜드로 돌아가면서 다시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영화는 이 지점을 매우 섬세하게 그린다. 아일랜드에서 엘리스는 고향의 정서, 새로운 구혼자, 가족의 기대와 압박 속에 다시 옛 생활로 돌아갈 유혹을 받는다. 반면, 미국에서 그녀를 기다리는 사람들과 새롭게 만들어낸 ‘자신의 삶’은 완전히 다른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때 영화가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진정한 집은 어디인가’, ‘우리는 어디에 속해 있는가’, 그리고 ‘삶은 선택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물음이다. 엘리스는 결국 외부의 기대와 내면의 욕망 사이에서 자신만의 결정을 내리게 되며, 그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확립하게 된다. 이 메시지는 특히 여성 관객에게 강한 울림을 준다. 영화는 그녀의 삶을 누군가에 의해 정해진 궤도로 밀어넣지 않고, 고통스러우면서도 주체적으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를 긍정한다.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는 ‘정체성은 고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엘리스는 아일랜드에서도, 미국에서도 완벽하게 어울리지 않지만, 동시에 두 세계 모두를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이는 이주자, 여성, 타자 모두에게 해당되는 보편적인 진리이자, 영화가 전하는 가장 보편적이고 현대적인 성찰이다. 『브루클린』은 감정적으로는 담백하지만, 구조적으로는 매우 정교한 메시지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삶에서의 선택, 정체성, 그리고 ‘집’이라는 개념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세트 디자인: 시대적 정서를 구현하는 디테일의 예술
『브루클린』은 시대극으로서 세트 디자인의 중요성이 특히 두드러진 작품이다. 1950년대 아일랜드의 어두운 톤과 브루클린의 밝고 활기찬 분위기는 인물의 심리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한다. 아일랜드에서의 세트는 회색빛 돌집, 좁은 골목, 검정색 교복과 단정한 교회 건물 등 전체적으로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느낌을 주는 구조로 설계되었다. 이는 엘리스가 느끼는 고립감과 탈출 욕구를 공간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반면, 미국 브루클린에 도착한 이후 그녀가 거주하는 하숙집은 넓고 밝으며 색감이 훨씬 다채롭다. 노란 벽지, 꽃무늬 커튼, 분홍색 이불 등은 공간이 가진 개방성과 활력을 강조하며, 엘리스의 심리적 변화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브루클린 거리의 상점, 백화점, 해변 등은 실제 50년대 풍경을 철저하게 고증하여 재현되었으며, 당시의 생활상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데 일조한다. 이 영화는 세트 소품 하나하나까지 디테일하게 구성되었으며, 우체국 창구, 식당의 메뉴판, 교회 벤치 등까지도 시대에 맞는 재료와 디자인을 사용해 사실감을 높였다. 엘리스가 일하는 백화점의 내부 구조, 조명, 고객의 복장 등은 당시 미국 중산층 소비 문화를 섬세하게 반영하고 있으며, 브루클린의 하숙집은 여성 공동체의 다양한 성격과 분위기를 세트 구조만으로 전달할 정도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있다. 미술팀은 이 시기의 사진, 특히 비비안 마이어, 엘리엇 어윗 등 거리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참고해 실제 사람들의 생활상을 세트에 녹였습니다. 특히 카메라가 인물의 표정과 공간을 동시에 포착하는 장면에서는 세트 디자인이 단순한 배경을 넘어 감정의 리듬과 서사의 흐름까지 조율하는 기능을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일랜드와 미국이라는 두 공간의 디자인 대비는 단순한 미학적 차이가 아니라, 엘리스의 내면 변화, 사회적 위치, 정체성 형성을 시각적으로 이끌어내는 구조적 장치로 작용하며, 시청자에게 단순한 시각적 정보 이상의 감정적 경험을 제공한다. 『브루클린』의 세트 디자인은 단순히 시대 배경을 재현하는 것을 넘어, 공간 그 자체가 캐릭터의 일부로 기능하는 드문 사례이며, 영화의 서사를 완성하는 핵심 축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