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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원더스 영화, 그래픽, 소품, 핵심 상징

by redsky17 2025. 5. 26.

2014년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수상한 영화 『더 원더스』는 이탈리아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의 두 번째 장편영화로, 그래픽, 소품, 핵심 상징을 소개하겠습니다.

영화 더 원더스 관련 포스터

그래픽: 리얼리즘과 환상의 경계

『더 원더스』는 전체적으로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하지만, 중간중간 나타나는 환상적인 요소들로 인해 영화는 시각적으로 두 개의 층위를 지닌다. 영화의 그래픽 요소, 특히 색채 배합과 화면 구성은 극도로 절제되면서도 결정적인 순간에는 갑작스러운 대비를 통해 상징성을 강화한다. 토스카나 시골의 자연은 탁한 황토색, 초록빛, 바랜 회색 등으로 구성되며, 이는 가족의 삶이 얼마나 투박하고 정제되지 않은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TV 프로그램이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화면의 색감이 급격히 변하며, 형광조명, 인공적인 파란색과 분홍색 등이 등장해 마치 현실 세계가 일시적으로 환상에 침범당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러한 색의 대비는 젤소미나의 내면을 반영한다. 그녀는 아버지가 지키고자 하는 자연 속 전통적 삶과 TV가 상징하는 현대 문명 사이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으며, 이러한 심리를 시각적으로 증폭시키는 도구가 바로 그래픽 요소다. 영화의 화면 구성은 종종 정지화면처럼 느껴질 정도로 안정적이고 대칭적이며, 이는 인물들이 고정된 삶의 틀 안에서 살아가고 있음을 암시한다. 카메라는 과장 없이 인물들을 담아내며, 클로즈업보다는 중거리, 원거리 샷을 통해 인물과 공간의 관계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데 집중한다. 특히 벌통 장면이나 채밀 장면에서는 화면 전체가 노란빛과 연한 연기, 날벌레로 채워지며, 자연의 생동감과 인간 노동의 투박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반면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촬영하는 순간의 장면은 인위적으로 조명을 받은 스튜디오 조명처럼 연출되며, 피사체가 중심에서 부각되고 주변은 흐릿하게 처리되어 그 장면의 비현실성을 강화한다. 이처럼 『더 원더스』는 그래픽적으로 자연과 인공, 현실과 환상, 진실과 거짓의 경계를 계속해서 넘나들며, 시청각적 장치를 통해 영화의 주제를 심화시키고 있다.

소품: 벌, 꿀, 가면 그리고 고대 의복

이 영화에서 소품은 단순한 배경 장식이 아니라, 인물의 감정과 주제의 상징적 표현으로 기능한다. 특히 꿀과 벌은 단순한 생업의 대상이 아니라, 영화 전체를 통틀어 가장 핵심적인 상징물로 작용한다. 벌은 끊임없이 일하고 질서를 유지하는 존재이며, 이는 아버지가 꿈꾸는 공동체적 삶과 유사하다. 반면 꿀은 그들의 노동이 만들어낸 결과물이지만, 시장성, 규격, 포장, 홍보가 없으면 팔 수 없는 상품이다. 이는 전통적인 노동과 현대 자본의 충돌을 은유한다. 젤소미나가 몰래 참가한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꿀을 담은 병이 심사 대상이 되는데, 여기서 요구되는 것은 품질이 아니라 '이야기와 이미지'다. 이처럼 꿀은 영화 내내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는 잣대이자, 인물이 세계와 연결되는 매개체로 사용된다. 또 다른 중요한 소품은 텔레비전과 카메라, 조명 장치들이다. 이들은 시골의 자연 속에 불쑥 침투한 기술 문명의 상징이며, 마치 외계 물체처럼 이질적으로 묘사된다. 마이크나 방송 장비를 만지는 아이들의 표정에는 두려움과 호기심이 동시에 담겨 있으며, 이는 현대 사회가 지방, 자연, 전통을 다룰 때 취하는 시선을 반영한다. 또한 전통의상을 입은 젤소미나가 환상적인 무대 위에서 가면을 쓴 채 카메라 앞에 서는 장면은 이질성과 문화의 상품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가면은 자신을 감추는 도구이자, 동시에 새로운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구다. 젤소미나는 가면을 통해 가족의 딸에서 미디어 속 이미지로 일시적으로 전환되며, 이것은 자아의 해체와 재구성을 상징한다. 영화 속 가족이 사용하는 손수건, 유리병, 오래된 채밀 도구, 낡은 트럭까지 모든 소품은 일관된 삶의 리듬을 구성하고, 이 리듬이 어떻게 균열되는지를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이러한 소품들은 절대 우연히 배치되지 않으며, 감독이 정교하게 계산하여 인물의 상태와 상징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배치한 것이다. 소품들은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고, 실제로 감독 알리체 로르와커의 어린 시절 경험과 기억을 바탕으로 선택되어, 자연스러운 생활감과 시대성을 더한다.

핵심 상징: 자연과 문명, 여성성과 성장

『더 원더스』에서 가장 강력한 상징은 ‘이질성’과 ‘경계’다. 영화는 젤소미나라는 한 소녀가 정체성을 형성해가는 과정에서 자연과 문명, 전통과 현대, 가족과 개인 사이의 경계를 어떻게 넘나드는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녀의 삶은 아버지의 세계 안에 철저히 규정되어 있으며, 그 세계는 자연과 자급자족, 고립과 순수성으로 요약된다. 반면 그녀가 동경하게 되는 리얼리티 TV 세계는 인공적이며, 이미지와 이야기, 가공과 소비를 중심으로 작동한다. 젤소미나는 이 두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며,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자 한다. 영화 내내 등장하는 벌과 꿀, 카메라, 가면은 이 상징의 확장선상에 있다. 자연은 언제나 ‘노력’과 ‘지속’을 요구하지만, 문명은 ‘연출’과 ‘선택’을 요구한다. 이러한 대비는 단지 외적인 상황의 차이가 아니라, 젤소미나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성장통의 은유로 읽힌다. 그녀는 어린 소녀에서 사회의 일원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며, 영화는 이러한 내적 갈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상징들을 배열한다. 특히 핵심 상징 중 하나는 ‘소리’다. 영화의 초반과 후반에 반복되는 벌의 날갯짓 소리, 젤소미나가 홀로 밤에 듣는 자연의 소리는 그녀의 내면과 직접 연결되며, 현실과 환상 사이의 전환을 촉진하는 매개가 된다. 또 다른 상징은 침묵이다. 아버지와의 대화에서 젤소미나는 종종 침묵으로 저항하며, 말보다 침묵이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 감독은 이 침묵을 소리의 반대가 아닌, 감정과 생각의 진폭이 가장 클 때 나오는 반응으로 설정했다. 『더 원더스』는 여성 성장 영화로서도 독특한 지점을 차지하는데, 젤소미나는 전형적인 반항이나 해방의 서사를 따르지 않고, 모호한 선택들과 침묵 속에서 서서히 성장해간다. 이러한 정체성의 형성 과정 자체가 이 영화의 핵심 상징이며, 영화는 하나의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다의적 상징을 통해 다양한 해석의 층위를 열어놓는다. 결국 이 영화는 관객에게 감상보다는 질문을 남기며, 자신만의 삶의 질서와 외부 세계 사이에서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를 조용히 묻는다.